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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

문학을 읽고 지구를 말하다.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는 2000년도에 설립되어 세계 문학을 널리 알리고자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국민문학의 시대는 가고 세계문학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괴테가 말한 이후 근 200년이 흐른 지금 세계문학의 시대는 정말 왔는가?

괴테가 이 말을 했을 무렵은 유럽이 아시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이다. 중세의 오랜 어둠에서 벗어난 유럽이 제일 먼저 관심을 기울인 것은 그동안 이교도라고 줄곧 외면했던 그리스 문화였다. 이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일에 유럽인들이 얼마나 열심이었는가는 현재 유럽인들이 이 시대를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데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리스 문화를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고 했던 유럽인들이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아시아 문화였다. 멀리 있기에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던 아시아 문학의 풍부한 자산이 소개되기 시작하자 이 역시 외면할 수 없었다. 아시아의 문학 자산을 전유하여야 비로소 인류의 문학적 자산을 제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괴테는 당시 이러한 지적 열풍에 힘입어 유럽어로 번역되고 있던 아시아문학을 미친 듯이 섭렵하였다. 가까운 히브리어 문학으로부터 멀리 중국의 문학까지 독파하였다. 중국문학의 깊이에 심취한 괴테는 중국문학이 유럽문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동과 서의 빛나는 문학을 전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세계문학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였다.

괴테가 세계문학을 선언한 직후 불어닥친 영국과 유럽의 공업화 바람은 유럽은 물론이고 비유럽 지역 모두를 문명과 진보의 광풍으로 몰아넣었고 괴테가 말한 세계문학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기선과 기차의 위력을 맛본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의 문학이 곧 세계문학이고, 세계문학은 유럽문학이라는 관념을 널리 갖게 되었다. 이러한 조작된 관념은 유럽인은 물론이고 비유럽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내면화되었다. 유럽인은 자신의 문학을 표준으로 비유럽인들을 가르쳤고, 비유럽인들은 자신들의 문학적 전통을 외면한 채 유럽의 문학을 닮아 가려고 노력하였다. 지구 전체를 엄습한 이 관념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문학인들이 문제제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100년 넘게 별다른 도전없이 지속되었다.

1차대전을 목격한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인들은 유럽의 문학과 문명에 대해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고, 2차대전 이후에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유럽이 저지른 제국주의의 만행을 목도하면서 문명과 진보의 허울을 읽기 시작하자 유럽문학이 곧 세계문학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사로잡히지 않았다. 의식의 물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과 미국에서 과거와 같은 역동성을 갖춘 문학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반면, 유럽의 문학을 전유하면서 새로운 양식의 문학을 창조해내는 비유럽 지역의 작가들이 내실 있는 작품을 내놓자 유럽문학이 곧 세계문학이라는 관념은 더 버티기가 어려웠다. 오랜 글쓰기 전통을 가진 아시아는 물론이고, 구비문학의 강한 전통을 내장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고 특히 쿠바혁명 이후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휩쓴 새로운 양식의 소설과 문학은 유럽은 물론 전지구를 강타하였다. 비유럽 작가들 사이에 서로 영향을 받는 새로운 소통 방식도 등장하였다.

유럽 바깥에서 다양한 문학이 생산되고 나아가 세계문학의 핵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학론은 여전히 구미의 이론가들이 지배하고 있다. 비서구 지역의 작품을 서구의 이론가들이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서구문학의 지구적 확산이라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유럽중심주의는 심각하다.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는 유럽중심적 세계문학의 판을 넘어서 서구와 비서구를 아우르는 새로운 지구적 세계문학론의 장을 창출하려고 한다. 해마다 행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과 이에 기반한 반년간지 지구세계문학의 출판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기존의 대학에 존재하는 학과의 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구적세계문학의 강좌는 이러한 새로운 생각을 널리 공유하는 새로운 마당이 될 것이다.